1. 동래학춤의 유래와 역사
동래학춤은 부산 동래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덧배기춤으로, 동래 지역의 특색이 강하고 독특한 춤사위가 가미된 춤입니다. 조선 후기부터 전승된 것으로 추정되며, 동래 지역의 관속이나 한량들이 추던 춤인 만큼 천박하지 않고, 학의 모습을 표현하는 고고한 기품이 느껴지는 춤입니다.
동래 지역은 조선 시대부터 문화예술이 번성했던 곳으로, 동래학춤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었습니다. 이 춤은 정해진 형식이나 구성 방식보다는 즉흥성이 강조되며, 개인적인 춤사위가 포함되어 있어 한층 자유로운 형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동래학춤은 전통적으로 한량들에 의해 전승되었으며, 일제강점기에도 그 명맥을 유지하며 지역의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남았습니다. 특히 해방 이후 동래 지역의 예인들이 이 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공연화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현재 동래학춤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부산을 대표하는 전통춤으로 국내외에서 공연되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2. 동래학춤의 특징과 춤사위
동래학춤은 청초하고 우아한 학의 모습을 빗대어 고고한 선비의 기품과 출렁이는 신명을 담아내는 춤으로 남성춤인 만큼 힘이 있는 춤사위를 보여 주어 보는 이들에게 신비롭고 웅장한 느낌을 줍니다.
주요 춤사위에는 날음새, 옆걸음사위, 일자사위, 날개훌림사위, 돌림사위, 소쿠리춤사위, 모이어름사위, 앉아모이어름사위, 날개모듬사위, 좌우활개사위, 배김사위, 좌우풀이사위, 모듬뛰기, 모이줍는사위, 날개접는사위 등이 있습니다. 춤의 흐름은 덧배기춤과 마찬가지로 크게 어름새·배김새·풀음새로 나눌 수 있습니다.
대체로 덧배기춤사위를 중심으로 하지만, 배김사위에서 몸체를 틀어 꺾어주는 동작은 동래학춤만의 특징입니다. 또한, 무릎의 굽힘과 호흡의 높낮이에 따라 고갯짓과 목 젖음 놀음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동래학춤은 궁중 무용인 학무와 달리 학의 탈을 쓰거나 분장을 하지 않고, 일상적인 흰색 도포를 입고 갓을 쓰며 버선과 짚신를 신고 춤을 춥니다. 엄격하게 짜여진 형식보다는 즉흥성이 강조되며, 마당판을 중심으로 춤이 이루어지므로 동작선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또한, 개별적이고 독자적인 춤사위로 추다가 배길 때는 모든 학들이 한꺼번에 힘차게 디디는 등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서도 공동체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3. 동래학춤과 구음, 그리고 유금선 명인
동래학춤은 독특하게도 구음에 맞춰 춤을 춥니다. 구음란 악기의 소리를 입으로 흉내 내며 즉흥적인 선율을 만들어내는 음악 형태로, 기악 합주의 역할을 대신하는 전통적인 연주 방식입니다. 구음은 춤의 흐름에 맞춰 박자와 리듬을 조절할 수 있어, 동래학춤의 우아한 동작과 절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특히 반주 악기는 꽹과리, 장구, 징, 북 등의 농악 편성으로 연주되며, 악기 연주자들과 춤꾼이 즉흥적으로 교감하며 만들어가는 예술적인 요소가 강합니다.
구음의 대표적인 명인으로는 유금선 선생이 계셨습니다. 유금선 선생은 부산 동래 지역의 마지막 예기로 알려져 있으며, 어린 시절부터 권번에서 전통 음악과 춤을 익혔습니다. 특히 그녀의 구음은 단순한 악기 소리 묘사가 아니라, 그녀만의 독창적인 음색과 표현력으로 동래학춤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요소로 평가받습니다.
유금선 선생의 구음은 그녀의 목소리만으로도 악기 반주 이상의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그녀는 평생을 전통 예술에 헌신하며 동래학춤과 구음시나위를 보존하고 계승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후학 양성을 통해 이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4. 동래학춤의 현대적 계승과 발전
오늘날 동래학춤은 부산을 대표하는 전통 예술로 자리 잡았으며, 다양한 문화 행사와 공연에서 자주 선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전통문화 계승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으며, 국악원 및 지역 예술 단체를 통해 후대에 전승되고 있습니다.
특히, 동래학춤의 현대적 해석을 시도하는 움직임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동작과 음악을 유지하면서도,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동아리 활동이나 동래학춤 보존회를 통해 강습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동래학춤은 단순한 전통춤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표현하는 예술 형태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학이 지닌 고고한 이미지와 우아한 춤사위는 한국 전통 무용의 미적 감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이며, 이를 보존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